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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ummy/BM Benchmarking

물건 빌려주는 착한 사업 '협력적 소비'

갖고 싶던 그 물건

빌려 쓰면 되겠네!

물건 빌려주는 착한 사업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 앞에서 넋을 놓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격대비 사용빈도가 낮은 물건일수록 구매를 포기한 경험이 많을 터. 하지만 이제는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구매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물건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여사업은 물건이 아닌 이용 권리를 판매하는 것이므로 생산량을 낮춰 산업쓰레기를 줄일 수도 있다. 개인경제에 유익할 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사업인 셈. 또 ‘협력적 소비’로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견고히 할 수 있어 사회의 유대감을 강화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필요할 때만 빌려서 타자_ 집카(Zipcar)

자동차는 등장 이래 꾸준히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해왔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를 가지려 하기보다 ‘집카(Zipcar)’와 같은 곳에서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유지비를 감당하는 것보다 사용할 때에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집카는 2000년 캠브리지 대학가에서 출발해, 현재 11년 만에 캐나다와 영국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렌터카 업체다. 집카는 일 단위로 대여료를 받는 기존의 업체들과 달리, 시간 단위로 비용을 책정하므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차를 대여할 수 있다. 집카의 결정적인 성장 동력은 IT 활용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카 차량 앞 유리에 있는 전파식별(RFID) 송수신기를 통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차를 찾을 수 있는 것. 집카는 지자체와 협력해 도시의 유휴 차량을 대여에 이용하고 있다. 28개 지역에 8,000여 대에 달하는 엄청난 보유량을 자랑하므로 차량이 너무 멀리 있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지 못해도 쓰고픈 그대에게_ 아벨리(Avelle)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남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면 여자들을 자극하는 건 명품백이 아닐까. 하지만 명품백 구매는 자동차 못지않은 금전적 부담을 느끼게 한다. 미국영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2008>에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한다. 바로 빌려 쓰는 것이다. “백보로우오어스틸(Bag Borrow or Steal)에서 빌린 거예요.” 룸메이트 세 명과 함께 사는 무직 여성의 영화 속 대사다. ‘백보로우오어스틸’은 ‘아벨리(Avelle)’로 이름을 바꾼 온라인 명품 패션잡화 대여업체다. 업체명을 변경하면서 가방에 국한됐던 대여 물품이 액세서리와 기타 잡화들로 확장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의 특성상 가짜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므로 아벨리가 직접 디자이너에게 산 물건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벨리의 최대 장점은 대여 기간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원하는 기간을 사용한 후, 기간에 따른 비용을 지급하면 된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50달러, 1달에 150달러 정도이다. 물론 구매금액과 인기도에 따라 대여료는 치솟는다. 그럼에도 특별한 날에 명품백을 들고 싶은, 하지만 구매하는 데에 버거움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아벨리는 실용적인 답이 되어주고 있다.

 

새것 같은 우리 아이 옷, 어쩌면 좋지?_ 스레드 업(Thred UP)

빌려주는 행위의 기본 전제는 현재 그 물건이 자신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또 다른 이득을 얻는 구조. 이것이 바로 대여업체가 짚고 있는 사업 방식이다. 앞서 제시한 자동차와 명품 잡화보다 필요와 불필요의 문제에서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것은 ‘스레드 업(Thred UP)’이 사업 아이템으로 삼고 있는 아동 의류다. 스레드 업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 새것과 별다를 바가 없는 상태인데도 버려지는 점, 동시에 또 다른 옷을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내놓고 싶은 옷을 스레드 업 웹사이트의 ‘꾸러미’에 등록하면 다른 꾸러미를 구매하기에 충분한 돈을 받을 수 있다. 합리적인 소비와 육아를 희망하는 부모들에게 스레드 업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업체인 것. 2011년에는 총 100만 건이 거래되었으며, 등록된 꾸러미는 하루 평균 5,000개가 넘는다.

 

살펴본 업체들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여업체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에서 이러한 소비 형태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앞서 소개한 품목은 물론이고 매트리스, 커피추출머신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한 대여사업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놀라우리만치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의 소비생활이 앞으로 또 어떤 국면을 맞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국마사회 사보 <굽소리>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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