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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도 순환출자 규제 법안발의

커뮤니케이셔니스트 2012. 8. 7. 08:21

등록 : 2012.08.06 21:02수정 : 2012.08.06 22:10

‘재벌개혁’ 정치권-재계 충돌
새누리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기존출자는 의결권 행사 제한
여야 모두 재벌폐해 수술 공감
전경련, 이례적으로 반박 회견
정치권 “자본건전성 개선될것”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이어 재벌의 순환출자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순환출자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12월 대통령선거 이전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재벌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혀 순환출자 규제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과 관련한 정치권과 재벌 간의 대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6일 경제민주화 3호 입법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주식의 교환이나 이전, 회사의 합병이나 영업양수도로 인해 순환출자가 생긴 경우 6개월 내 주식을 처분하도록 했다. 논란이 돼온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도록 한 민주당 안에 비해 약해보이지만, 유예기간 없이 법시행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법안 발의에는 남경필 의원을 대표로 모두 24명의 여당 의원들이 참여했다. 이들 참여자 중 상당수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와 가까운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고, 진영 정책위원회 의장과 나성린 부의장, 홍일표 원내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8월 중순 이후 금산분리 원칙의 제2금융권 확대, 재벌 대기업의 법위반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적용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재벌의 순환출자는 A, B, C 3개 계열사가 있을 때 A가 B에게, B가 C에게 차례로 출자하고, C가 다시 A에게 출자함으로써 A→B→C→A와 같은 원형의 출자고리가 형성돼 가공자본을 형성시킨다. 순환출자는 재벌총수 일가들이 1%도 안되는 지분만 갖고도 수십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경제력 집중과 편법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순환출자는 상법상 금지돼 있는 상호출자(A↔B)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의 변형된 형태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가 최근 자료를 보면 총수가 있는 43개 재벌 중에서 삼성, 현대차 등 15개 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관계자는 “여야가 순환출자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면서 “법안 준비 과정에서 새누리당 공식조직 및 대선 캠프와 사전 조율을 거쳤고, 박근혜 후보도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신규 순환출자 규제에 찬성하면서도 기존 순환출자 문제는 재벌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혀,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동안 순환출자 금지를 주장해온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여야가 순환출자를 금지할 의지가 정말로 있다면 대선 이전에 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길게 둬서 법 개정의 효과가 지연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요타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의 지배구조에서도 순환출자가 나타나지만,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이 경제민주화 관련 개별 쟁점에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하기는 처음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유럽발 경제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북돋아줘야 하는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출자구조를 규제하면 오히려 투자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계열회사 또는 우호적인 기업이 상당한 금액을 들여 순환출자 지분을 인수할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순환출자 규제가 이뤄질 경우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들은 간접비용까지 포함해 경영권 방어에 최대 수십조원의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이같은 전경련의 주장에 대해 과장, 왜곡이라고 반박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개 재벌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9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또 현대차(6조1600억원)와 현대중공업(1조5700억원), 삼성(1조2200억원) 등 3개 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금액 9조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의 부담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남경필 의원도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대기업의 자본 건전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돼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